7월 29, 2025

손끝에서 마음까지 이어지는 은의 온도

은의결 이미지

은이라는 재료는 참 이상하다. 차가운 금속인데, 다루다 보면 오히려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은을 만난 건 대학 금속공예 수업에서였다. 구리보다 조용했고, 황동보다 단단한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그 속에는 묘한 여백이 있었다. 뚜렷한 빛은 아니지만, 오래 볼수록 서서히 번지는 은빛. 그게 자꾸 눈에 밟혔다.

내가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한 건 기능보다 감정에 가까운 이유였다.
어떤 날은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반지로 꺼내놓고 싶었고, 또 어떤 날은 기억을 작은 펜던트에 걸어두고 싶었다.
기성 제품들 속에서 내 감정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갈증이 지금의 작업을 시작하게 만든 셈이다.

artisticsilver.com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일정한 정답이나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불규칙한 망치 자국도, 다듬지 않은 가장자리도 그날의 감정을 반영하는 요소다.
정돈된 아름다움보다는, 순간의 진심이 고스란히 남은 형태를 선호한다.

한 번은 고객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 반지, 마치 오래된 메모지 같아요.
누군가의 손길이 오래 남아 있는 느낌.”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이거였구나.

은의결이라는 이름처럼, 은빛으로 마음을 엮고 감정을 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그건 결국, 누군가의 하루에 아주 조용히 닿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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